최근 스마트폰과 스마트워치가 널리 보급되면서, 아날로그 시계를 왜 쓰는지에 대해 의문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일부는 아날로그 시계를 단순히 사치재로 여길 수도 있지만, 자기합리화를 포함해, 제가 느낀 아날로그 시계의 장점들을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1. 시간 설정의 심플함
아날로그 시계는 생각보다 심플합니다. 용두를 잡아당겨서 돌리기만 하면 시간을 맞출 수 있습니다. 배터리도 저가형 시계라도 약 2년 정도의 수명을 가집니다. 반면, 디지털 시계나 스마트워치는 설정과 조작이 번거로울 수 있습니다. 특히 스마트워치는 다양한 기능이 있지만, 그만큼 설정할 때 혼란스러워질 수 있으며, 짧은 배터리 수명도 큰 단점입니다. 이런 점에서 단순히 시간을 확인하는 목적으로는 아날로그 시계가 여전히 우세하다고 생각합니다.
2. 기계식 시계의 내구성
기계식 시계는 생각보다 무브먼트가 망가지는 일이 잘 없습니다. 외장 글래스가 깨지거나 바디에 기스가 생길 수 있지만, 아주 그냥 파괴를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한 시계가 부서지는 일은 드뭅니다. 오버홀에 대해서도, 권장 주기가 3-5년이라 해도 그 기간 동안 오버홀을 하지 않아도 시계는 계속 움직입니다. 다만 오차가 심해지고 시계 건강에 좋지 않을 뿐입니다. 큰 충격이 없는 한, 기계식 시계는 계속 움직이며 시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3. 피젯토이로서의 기능
의외로 기계식 시계는 피젯토이로서의 기능도 합니다. 시계를 사용하는 많은 분들이 초침이 흐르는 것을 보며 스트레스를 해소하거나, 다이버 시계의 베젤을 돌리며 놀곤 합니다. 아날로그틱한 피젯토이의 역할을 하기도 하죠. 저 개인적으로는, 시계를 좋아하는 이유가 태엽을 돌려 움직이는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것과 같은 심리적 매커니즘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다만 일반 장난감과는 다르게, 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실용적인 장난감을 손목에 차고
다닌다는 것이죠.
번외: GMT 시계의 편리함
저는 GMT 시계를 특히 좋아합니다. GMT 시계는 주로 다이버 시계의 케이스에서 파생된 경우가 많아, 튼튼한 케이스와 함께 12시간과 24시간계를 동시에 표시합니다. 동북아시아에 갇혀 사는 저로서는 시차를 바꿔가며 시계를 사용할 일이 많지 않지만, 24시간계를 함께 표시하기 때문에 멈춰 있던 시계를 다시 맞출 때, 현재 가리키고 있는 시간이 오전인지 오후인지 쉽게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이 매우 유용합니다. 또한, 필요에 따라서 두 시간대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어 정말 편리합니다. 물론 디지털 시계에서도 세계 시간을 설정할 수 있지만, 동시에 두 시간을 볼 수 있는 시계는 드물다는 점에서 GMT 시계가 더 유리하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세이코에서 구 SKX 모델을 활용한 GMT 모델을 발매하였는데, 사용할 때마다 GMT 시계의 편리함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이 글이 아날로그 시계를 아직 사랑하는 분들에게도 조금이나마 공감을 불러일으켰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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