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MAS는 한때 온갖 시계 유튜버들이 디자인 면에서 극찬하며 큰 화제가 되었던 시계입니다.
확실히, 겉으로 보면 이 시계는 정말 아름답습니다.
하지만 저는 결국 빡쳐서 팔았습니다.
오늘은 그 이유들을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1. 착용감 문제 : 인체공학적이지 않은 케이스 디자인
이 시계를 방출하게 된 첫 번째 이유는 케이스의 착용감이 매우 나빴기 때문입니다.
디자인적으로는 분명 아름답지만, 62MAS는 인체공학적으로 설계되지 않은 시계였습니다. 케이스의 착용감이 매우 불편했고, 손목에 올렸을 때 어색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시계 크기는 38mm 정도이지만 실제 착용감은 그 이상이었고, 손목에 잘 맞지 않았습니다. 특히 기본 트로피컬 러버 스트랩이 지나치게 뻣뻣해서 착용 시 스트랩 고정밴드에서 자꾸 튕겨 나왔습니다. 19mm의 러그 폭 때문에 교체 가능한 스트랩도 제한적이었고, 겨우 구한 스트랩들도 착용감이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2. 가격 대비 성능 부족
이 시계의 가격이 500만 원에 가까운데, 그에 비해 기능이나 성능은 만족스럽지 않았습니다. 자성 차단 성능은 그저 4800m/a에 불과하고, 파워리저브도 40시간 정도입니다.
게다가 오버홀 권장 주기가 3년이라니… 이 돈이면 튜더 시계를 살 수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심지어 오버홀 주기를 고려하면 튜더 쪽이 유지비도 더 저렴합니다.
3. 특색이 없는 디자인
이 시계의 세이코 내에서의 의의는 인정합니다.
하지만 이 시계의 디자인은, 솔직히 말해 너무 평범합니다. 이와 비슷한 디자인을 가진 시계들이 훨씬 저렴한 가격에 많이 있습니다. 이쁘긴 하지만 그만큼 특색이 없는 것이 이 시계의 약점이었습니다.
4. 빈약한 헤리티지?
62MAS는 세이코 다이버 시계 중에서도 특별한 헤리티지를 지닌 시계로서 일본 최초의 다이버 시계로 큰 의의를 가집니다. 1965년에 출시된 이 모델은 일본 남극 탐사대가 사용한 기록이 있으며,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150m 방수 성능을 갖췄습니다. 하지만 그 후 등장한 6105 터틀이나 6309 같은 모델들이 더 많은 역사적 스토리와 연결되어 있어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는 느낌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6105 터틀은 일본의 탐험가 우에무라 나오미가 롤렉스 익스플로러 II가 고장이나서 대신 사용한 시계로 유명합니다. 또한, 6105는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군 PX를 통해 군인들에게 많이 팔렸고, 베트남 전쟁의 상징적인 시계로 자리 잡았습니다.
6309 터틀은 롤링스톤즈의 믹 재거가 착용한 시계로 유명하며, 한국에서는 다대포로 들어온 북한군이 사용한 시계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또, 튜나 시리즈는 고압 다이빙을 위해 특별히 설계된 독특한 개발 비화가 있으며, 디자인적으로도 매우 특이한 모델입니다.
이와 같은 스토리들과 비교하면, 62MAS는 다이버 시계의 시초라는 점에서는 의미가 크지만, 그 이후의 모델들처럼 대중적이거나 상징적인 스토리가 부족해 보입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헤리티지가 좀 빈약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결론
SJE093/SBEN003 이전에 발매된 62MAS 복각판들을 보며 “우와, 사고 싶다!“라고 느꼈던 당시가 이 시계와의 관계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나쁜 시계는 아니지만, 저에게는 큰 만족감을 주지 못했습니다.
세이코에는 이 시계 외에도 더 흥미로운 스토리를 가진 시계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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