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태양광 충전 시계에 대한 모순 / 부제: 수고를 덜려고 한 시계가 수고를 만들어버렸다.
꽤나 예전부터 일본 시계 업계에서 유행 중 하나는 태양광 충전 시계를 만드는 것입니다. 시티즌의 에코드라이브, 세이코의 솔라 전지, 그리고 카시오 지샥의 터프솔라 등 다양한 브랜드에서 태양광 전지를 채택한 모델을 출시하고 있습니다. 명목상으로는 태양광 전지지만, 사실 형광등에서도 어느 정도 충전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예전에 일본 지인에게 들었던 이야기로는, 태양광 시계가 유행하게 된 원인 중 하나가 배터리 교환을 해주는 시계방이 점점 사라지기 시작해서다 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저도 시계에 관심을 가지면서, 확실히 체감적으로도 시계 배터리 교체가 가능한 가게들이 적어진 것이 느껴졌습니다. 이 때문에 태양광 시계는 배터리 교환의 번거로움을 덜어주는 솔루션으로 인기를 끌게 된 것 같습니다.
저는 시계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여러 개의 시계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그중에는 태양광 시계도 포함되어 있는데, 전지 교환의 번거로움이 없다는 점, 형광등에서도 충전된다는 점이 큰 매력으로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생각처럼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솔라 시계의 불편함
솔라 시계는 손목에 차고 다니는 동안 빛을 흡수해 충전됩니다. 이 때문에 “나는 시계에 큰 관심은 없지만, 손목에 간단하게 차고 다닐 시계를 원한다”라는 사람들에게는 완벽한 선택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계를 여러 개 소유하고, 그 중 일부만 착용하는 경우 충전 상태를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습니다.
솔라 시계의 문제 중 하나는 충전 상태를 직접적으로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시티즌 에코드라이브나 세이코 솔라 시계는 초침이 뛰거나 움직임이 달라지는 방식으로 충전 상태를 알려주지만, 배터리가 거의 다 떨어졌을 때에만 그 징후를 파악할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세이코의 Arnie 모델처럼 일부 모델은 배터리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이 있지만, 대다수는 그렇지 않습니다.
모바일링크와 솔라 충전의 한계
제가 최근 경험한 사례로 지샥의 터프솔라 모델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지샥은 스마트폰과 시계를 연결해 충전 상태와 같은 정보를 모바일링크 기능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기능 덕분에 내 시계가 어느 정도 충전되었는지 확인이 가능하지만, 문제는 실내 조명이나 일반적인 형광등으로는 충전 속도가 매우 더디다는 것입니다.
한 번은 제 GMW5000 로즈골드 모델을 창가에 두고 충전을 시도했지만 충전 상태가 거의 오르지 않았습니다. 결국 창문을 열고 햇볕을 직접적으로 쐬게 하자 그제야 충전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상황을 겪고 나니, 태양광 충전 시계를 사용하려면 거의 매일같이 착용하고 다니지 않으면 충전 유지가 어려운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지샥처럼 다양한 기능을 가진 시계는 배터리 소모가 더 빠를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배터리 시계는 오랜 시간 동안 별다른 충전 없이도 꾸준히 작동하지만, 태양광 시계는 일정 시간 빛을 받지 않으면 절전 모드에 들어가 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밤에는 절전 모드로 들어가기 때문에 시계의 라이트 기능도 제대로 활용하기 어려워집니다.
결론
결국, 태양광 충전 기능은 일상적으로 자주 착용하는 시계에는 편리할 수 있지만, 여러 시계를 돌려가며 사용하는 사용자에게는 오히려 불편함을 더할 수 있습니다. 기계식 시계나 일반 쿼츠 시계가 낡은 기술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오히려 이런 점에서 더 안정적일 수 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런 의미로 오늘도 출근길에 시계를 베란다에 널어두고 왔습니다.